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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소식] 박명신 배우, “약사→배우 전향, 연기 관두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 작성일 : 2022-02-15
  • 조회수 : 1489
  • 작성자 : 약학대학

박명신 “약사→배우 전향, 연기 관두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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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명신이 약사 이력을 뒤로하고 연기를 선택한 계기를 밝혔다.


박명신은 다수의 연극 무대와 드라마 ‘신의 퀴즈 2’, ‘안투라지’, ‘미워도 사랑해’, ‘그녀의 사생활’, ‘보좌관’, 영화 ‘사도’, ‘부산행’, ‘모가디슈’, 지난 2월 6일 종영한 tvN 토일드라마 '불가살'까지, 다수의 작품을 통해 연기 내공을 쌓았다.


20년 넘게 배우의 길을 걸어온 박명신은 ‘이화여자대학교 약학대학 졸업’이라는 배우로서는 다소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약사와는 공통 분모가 없을 것 같은 배우라는 직업을 선택한 계기를 묻자 박명신은 “약대를 가고 운좋게 약사 고시를 붙었다. 1학년 때 연극반에 들어가면서 사실상 약학 공부와 연기가 같이 시작된 거다. 약대 연극반 언니들은 공부해야 하니까 1학년이었어도 연기할 기회가 있었다. 커튼콜을 하는데 내 천직인 것 같았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때까지는 배우를 전문적으로 할 생각까지는 못했지만 연극반을 하는 것처럼 아마추어 극단에서라도 활동하고 싶었다. 그러다 나이가 들면서 전공을 때려치우고 다른 짓을 할 수도 있겠다 싶더라. 나는 이화여대 연극학이 전공이었고 부전공이 약학이었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돈을 많이 벌지 못하더라도 실패했을 때 돌아갈 곳이 있으니까 이렇게 연기에 도전할 수 있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당차게 도전한 연기였지만 관두고 싶었던 순간도 두 번 있었다. 박명신은 “돈이 없으면 약국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연극을 했다. 내가 전형적인 이과 타입인데, 어느 순간 ‘배우할만한 기질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배우들처럼 예술적 기질은 없고 너무 이성적이고 머리로만 연기하는 것 같았다”며 “그래도 포기는 못 하겠더라. 가르치는 것에 재능이 있다는 건 과외를 하면서 경험을 했다. 나중에 연기를 가르치는 일을 할 수도 있으니까 일단은 학교를 더 가보자고 생각했다. 그때쯤 한예종에 연극원이 생겨서 입학을 했다”고 설명했다.


체계적으로 연기를 배우면서 박명신의 생각도 달라졌다. 그는 “학교에서도 진짜 안 맞는다고 생각이 들면 그만두자고 생각했다”며 “체계적으로 공부해 보니까 이성적이고 이과적으로 연기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는 걸 느꼈다”고 전했다.


대학원까지 학업을 이어간 박명신은 캐스팅을 위한 오디션에서 어려움을 느꼈다. 박명신은 “배우는 선택을 당해야 하는 직업이지만 오디션 한번 보면 취해야 할 정도로 너무 힘들더라. 끼를 발산하는 에너지도 부족하고, 짧은 시간 동안 내가 얼만큼인지 증명하는 것도 힘들었다”며 “나는 가르치는 것만 해야겠다고 작정했을 때 운이 좋게도 대학원을 마치고 강사를 바로 시작했다. 전공이 발성과 화술이라 수업도 많았다. 수업을 하면서 동시에 내 연습도 돼서 정말 신나게 했다”고 말했다.


그때 박명신의 눈에 들어온 것이 제자들의 모습이었다. 박명신은 “내 디렉션에 눈에 보이도록 변화하는 친구들을 보는게 좋았지만, 그걸 수행하는 친구들은 어떤 느낌이 들까 싶더라. 내가 그걸 모르고 무책임하게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라며 “자칫 연기에 위축이 될 수 있는 학생들에게 ‘나도 가르칠 때만큼 잘하지 않아’라는 걸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다. ‘한 번에 그렇게 안 되는 거야. 나도 사실은 안돼’를 알려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끊임없이 나한테도 디렉션을 주면서 실현했을 때 어떤 느낌인지 내가 아바타로 실험을 해야 학생들에게도 어떤 방식으로 디렉션을 줄지가 나온다. 자칫하면 굉장히 폭력적인 디렉션을 줄 수 있다. 조금씩이라도 무대에 계속 서고 배우로서 실험한 것을 수업에 적용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게 전도가 됐다. 이제는 전업 배우가 된 거다”고 덧붙였다.


배우가 아닌 교수 박명신의 모습은 어땠을까. 그는 “학생들과 같이 막걸리도 마시면서 잘 어울리는 편이었다. 그러면서도 첫 수업 시간에 ‘난 여러분의 엄마가 아닙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학생들이 연기를 잘하면 기분이 좋은 건 당연하지만, 지각을 하든 뭘 하든 그건 학생들의 자유지만, 성적에 대한 책임도 본인이 져야 한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스크린과 브라운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제자들이 늘어나면서 이제는 배우 대 배우로서 현장에서 만나는 일도 많아졌다. 박명신은 “현장에서 제자를 만나면 기분이 좋다. 배우로서 기본적인 예의는 지키는데 아무래도 제자다보니 ‘여기서 이렇게 하는게 좋지 않을까?’라고 꼰대짓을 한다(웃음). ‘안투라지’ 할 때 한 회차만 잠깐 나갔는데 그때 (박)정민이가 추천을 해서 ‘불가살’ 장영우 감독님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고 사연을 공개했다.


시간이 더 지나기 전에 배우로서 이루고 싶은 버킷리스트를 묻자 박명신은 영화 ‘노매드랜드’의 프란시스 맥도맨드를 언급했다. 그는 “너무 큰 절망 때문에 투명 인간처럼 돼 있는 그런 연기를 해보고 싶다. 마치 잿빛 인간 같은”이라고 꼽았다.


기사= 뉴스엔미디어 이하나 기자(bliss21@news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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