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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대소식

[약대소식] 먹는 나노 알약으로 장 염증 잡는다... 지독한 악취도 해결 (이용현 교수 연구팀)

  • 작성자 : 약학대학 관리자

먹는 나노 알약으로 장 염증 잡는다... 지독한 악취도 해결 (이용현 교수 연구팀)


<22> 이화여대 약학과 이용현 교수팀
대장에서만 작용하는 지능형 치료 기술 개발
유익균 먹이와 치료 성분 결합한 '천연 배달 상자'
부작용 줄이고 치료 효과는 극대화
택배 상자를 열 때의 설렘, 기억하시나요? 대학 연구실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삶을 바꿀 놀라운 발견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다만 '논문'이라는 두꺼운 포장지에 쌓여있을 뿐이죠. '언박싱 연구실'에서는 복잡한 수식과 이론 대신, 여러분이 알고 싶은 알맹이만 쏙 골라 담겠습니다. 자, 그럼 상자를 열어볼까요? 오늘 언박싱할 주인공은 바로 이 연구입니다.
대장 내부의 염증 부위를 정확히 찾아가 치료 성분을 터뜨리는 '이눌린-부틸레이트 나노겔'의 스마트한 배달 과정을 친숙한 택배 상자 이미지로 시각화했다. 딱딱한 논문의 틀을 깨고 나온 나노 알약이 손상된 장벽을 수리하
대장 내부의 염증 부위를 정확히 찾아가 치료 성분을 터뜨리는 '이눌린-부틸레이트 나노겔'의 스마트한 배달 과정을 친숙한 택배 상자 이미지로 시각화했다. 딱딱한 논문의 틀을 깨고 나온 나노 알약이 손상된 장벽을 수리하며 장내 미생물 생태계를 울창한 숲처럼 되살리는 역동적인 회복의 순간을 담았다. (그래픽=제미나이 생성)
[파이낸셜뉴스] 이화여자대학교 약학과 이용현 교수팀이 우리 몸속 유익균의 먹이인 '이눌린'과 장 건강을 돕는 '부틸레이트'를 결합해, 장의 염증 부위만 콕 집어 치료하는 똑똑한 나노 알약을 만들었다. 이 알약은 입으로 먹으면 소화 과정에서 사라지지 않고 대장까지 무사히 도착해, 나쁜 염증은 줄이고 손상된 장벽은 튼튼하게 고쳐준다.

이번 성과는 만성적인 복통과 설사로 고통받는 '염증성 장 질환(IBD)'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될 전망이다. 기존 치료제들은 주로 우리 몸의 면역 반응을 억제하는 데 그쳐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기 어려웠고, 몸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컸다.

하지만 이용현 교수팀이 개발한 기술은 우리 몸속 미생물 생태계를 다시 울창한 숲처럼 건강하게 되돌리는 동시에, 헐거워진 장벽을 직접 튼튼하게 수리한다. 특히 병원을 찾아 매번 주사를 맞을 필요 없이 집에서 간편하게 입으로 먹는 알약 형태라는 점에서 환자들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장 건강에 탁월하지만 다루기 까다로웠던 '부틸레이트'라는 성분에 주목했다. 이 성분은 효과는 좋지만 특유의 지독한 악취가 나고, 입으로 먹으면 대장에 가기도 전에 위나 소장에서 모두 흡수되어 정작 필요한 곳에는 도달하지 못하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유익균의 먹이인 '이눌린'을 약물을 안전하게 실어 나르는 '천연 배달 상자'로 활용했다. 이눌린과 부틸레이트를 화학적으로 결합해 아주 작은 '나노겔' 형태로 만든 것이다. 이 나노 알약은 평소에는 약 성분을 꽉 붙잡아 냄새를 차단하고 소화 효소로부터 보호한다. 그러다 오직 대장에 사는 특정 미생물을 만났을 때만 상자가 열리듯 단계적으로 분해되며 약물을 방출한다. 필요한 장소에서만 약이 터지는 이른바 '지능형 배달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실제 대장염을 앓는 생쥐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나노 알약의 효능은 다각도로 입증됐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정밀함이다. 이 나노 알약은 건강한 조직은 그냥 지나치고 염증이 생긴 부위에만 집중적으로 달라붙어 약물을 효과적으로 투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료 효과 역시 탁월했다. 우리 몸의 과도한 공격을 말리는 '면역계의 중재자'인 조절 T세포의 형성을 유도해 염증 반응을 유의미하게 억제했다. 구체적인 회복 지표를 보면 그 위력을 더 실감할 수 있는데, 나노 알약은 염증으로 인해 체중이 급격히 빠지는 현상을 크게 완화하며 생쥐의 건강을 지켰다.

또한 헐거워진 장벽 사이로 독소가 새 나가는 수치를 측정하자 나노 알약 투여 후 장벽이 다시 촘촘해진 것을 확인했다. 그 결과 염증으로 인해 심하게 쪼그라들었던 대장 길이는 정상 수준에 가깝게 회복됐다. 기존 치료의 큰 걸림돌이었던 악취를 전혀 나지 않게 차단하는 데 성공했을 뿐만아니라, 간이나 신장 등 다른 장기에서는 어떠한 독성도 발견되지 않아 높은 안전성까지 확보했다.

이번 연구는 이화여대 약학과 이용현 교수팀을 중심으로 박나윤 석사와 이봄 석박사통합과정생이 주도했으며, 이대목동병원 소화기내과 김성은 교수팀과 중앙대학교 약학대학 이동규 교수팀이 힘을 합친 공동 연구의 산물이다. 실험실의 아이디어와 실제 환자를 치료하는 병원의 경험이 만나 환자들에게 꼭 필요한 기술을 완성해낸 것이다.

연구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관련 논문은 나노 기술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지인 '스몰(Small)'에 게재됐다. 우리 몸속 미생물과 아주 작은 나노 기술의 결합이 난치병 정복의 새로운 열쇠가 될 수 있음을 전 세계에 알린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