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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소식] 이혁진 이대교수 'K-mRNA백신은 시작일 뿐..개발 발판 삼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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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메신저 리보핵산(mRNA)이 그야말로 '혜성'처럼 등장해 주목을 받고 있다. 화이자와 모더나가 mRNA 기술을 활용한 코로나19 백신을 1년 만에 만들어내며, 이 기술의 안전성과 효능이 전 세계에 알려진 것.

 

국내에서도 기업과 협회가 연합한 두개의 컨소시엄이 각각 구성돼, 내년 출시를 목표로 국산 mRNA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이혁진 이화여자대학교 약학대학 교수(사진)는 2022년 국내 첫 mRNA 백신의 제품화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리고 이 기회를 잘 활용해 mRNA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 연구팀은 지난 3월 국내 처음으로 최초로 이온화 지질나노입자(LNPs)를 이용한 세포 표적 RNA 약물 전달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LNP는 RNA 약물을 봉입하여 인체 내에서 약물이 표적 세포까지 파괴되지 않고 잘 전달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이 기술은 국내 기업들이 촘촘히 얽힌 mRNA 특허를 피해 K-mRNA 백신을 개발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

 

이혁진 교수는 "mRNA 백신은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일단 제품화까지 이어져야 한다"며 "코로나19 백신 개발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를 통해 mRNA을 활용해 치료제를 만드는 경험을 쌓고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도록 투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 몇 안되는 mRNA와 지질나노입자(LNP) 기술 전문가 중 한 사람이다. 그는 2010~2012년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 로버트 랭거 교수 연구실에서 박사 후 연구원(포닥) 과정을 지내며 이미 10여년 전 mRNA 연구를 시작했다. 로버트 랭거 교수는 코로나19 mRNA 백신을 만든 모더나의 창업주다. 다음은 이혁진 교수와의 일문일답.

 

- mRNA가 코로나19로 갑자기 주목을 받았다.

 

"코로나19로 갑자기 유명해졌지만, 이미 30년 넘게 개발된 기술이다. 2000년 초반부터 다양한 분야에 이용하려고 했으니 실제 사용한지도 이미 20년이 넘었다. 2008년에는 많은 미국 회사들이 이 기술을 가졌고, 2011년에 mRNA 기술을 기반으로 모더나가 창업을 했다."

 

- 치료제로 어떻게 활용되나.

 

"RNA는 크게 두가지 기능을 한다. 인체 내에서 원하는 단백질을 만들거나, 원하는 단백질을 만들지 않거나. 이번에 개발된 코로나19 mRNA 백신은 전자고, 2006년 노벨상을 수상한 '작은 간섭 리보핵산(siRNA)'이 후자다. 코로나19 백신에서 mRNA는 인체에서 항원 단백질을 생산하도록 돕는 역할을 하며, siRNA는 콜레스테롤과 같이 인체 문제가 되는 단백질 발현을 억제해 유전질환 치료제로 사용된다. siRNA 치료제는 개발에 16년이 걸렸다. mRNA는 코로나19 백신 덕분에 10년도 되지 않아 결과물이 나왔다."

 

- mRNA 백신이 가지는 경쟁력은 뭔가.

 

"무엇보다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단백질 재조합 백신이 만들어지려면 6개월 이상이 필요하지만, mRNA 백신은 타깃 바이러스만 확인되면 4주 이내 백신 개발이 가능하다. 변이 바이러스는 물론 완전히 새로운 바이러스가 돈다고 해도 신속 대응에 최적화된 기술이다. 인체 내 발현 시간이 짧아 빠른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20시간 정도면 체내에서 모두 분해돼 사라지기 때문에 안정성도 뛰어나다."

 

이 교수 연구팀이 독자 개발한 지질나노입자는 이미 국산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활용되고 있다. 앞으로 그는 에스티팜과 함께 코로나19 백신은 물론, 항암 백신 등 다양한 mRNA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할 계획이다.

 

- 국산 mRNA 백신 개발은 가능한건가.

 

"그렇다. 국산 mRNA와 LNP를 활용한 mRNA 백신은 이미 개발이 됐고, 인체 임상을 거쳐 안전성과 효능을 검증하는 단계만 남았다. 에스티팜도 연내 임상을 신청해, 늦어도 내년 초에는 임상1상에 진입할 계획이다. 현재 mRNA 백신을 개발 중인 기업들이 내년 안에 임상 3상 결과를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내년 국산 mRNA 백신 확보는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 특허 문제는 없나.

 

"mRNA에 대한 특허와 LNP 기술에 대한 특허가 넓은 범위로 등록이 돼 있다. 우리가 그동안 특허 회피를 위한 기술 개발을 해왔다고 해도 제품화가 된 이후 여전히 특허 침해 소송이 제기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패소할 경우 로열티를 지급한 사례들도 많다. 하지만 해당 특허들은 2023년부터 점차 만료되기 시작하고, 2028년이면 대부분 끝이 난다. 지금부터 mRNA 치료제를 개발해서 제품화까지 최소 5~6년, 길게는 10년 걸린다고 볼 때 치료제 개발 가능성은 충분하다."

 

- 그렇다면 내년에는 국산 mRNA 백신 접종을 기대할 수 있나.

 

"개발을 가능하지만, 실제 접종이 이루어질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이미 대다수의 사람들이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상황에서 정부가 국산 백신에 긴급사용 허가를 해줄지 의문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끝까지 가봐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일단 국산 mRNA 백신 생산까지 실제 경험을 해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특히 정부는 국산 mRNA 백신을 모두 버리게 되더라도 일단 선구매 해줘야 한다. 수익을 생각하지 않고 공익의 목적으로라도 과감하게 투자를 해야 성과를 낼 수 있다."

 

- 앞으로 mRNA는 어떻게 활용될 것으로 보이나.

 

"광범위한 치료제로 활용될 수 있다. 한국 정부와 기업들이 이번 백신 개발을 계기로 mRNA 기술에 적극 투자해야하는 이유다. mRNA는 감염병 백신뿐 아니라 항암 백신, 치료제가 마땅치 않았던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에 활용될 수 있다. 간경화와 같은 간 질환, 폐섬유화와 같은 만성질환 치료제로도 주목을 받고 있다. 앞으로 세포 치료제와 유전자 치료제 개발까지 활발히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 2011년 랭거 교수 연구실에서 근무할 당시 모더나가 설립되고 성장하는 과정을 모두 지켜봤다. 이 교수는 국내에도 다양한 연구가 자유롭게 이루어지고 실패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혁신 신약 개발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 미국에서 체감한 신약개발 환경은 국내와 어떻게 다르나.

 

"바이오 신약을 포함한 혁신 신약 개발은 결코 단기간에 이루어질 수 없다. 모두 오랜 기초 연구를 바탕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거친다. 기초 연구의 역할은 대부분 대학이 담당한다. 대학의 기능은 크게 교육과 연구로 나뉘는데, 교육은 학생들이 지불하는 수업료를 기반으로 이루어지지만 연구는 무조건 정부나 재단의 지원금이 있어야 가능하다. 미국의 경우, 대학 내 기초 연구와 창업이 매우 자유로운 환경이 형성돼 있다. 미국은 희귀 질환 치료제와 같은 실패 가능성이 높은 과제가 되레 투자를 받기 쉽고, 실패를 거듭할수록 투자가 더 이루어지는 구조다. 반면, 한국은 성공 가능성이 높은 연구에만 투자가 이루어지는 경향이 있다. 다행인 것은 지난 10년동안 빠르게 환경이 개선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기초연구 활성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것도 고무적이다. 새롭고 실패 가능성이 높은 과제에 대한 시도가 자유롭게 이루어지고, 이를 기반으로 한 창업과 성장이 가능한 생태계가 만들어진다면 혁신 신약 개발도 가능하다."

 

- 국내 몇 안되는 mRNA 전문가로서 목표가 있다면.

 

"mRNA 기술을 기반으로 공익을 위해 사용하는 제품이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코로나19 백신이 그 첫 시도가 될 것 같다. 백신을 계기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mRNA 기술에 큰 관심을 갖고 이 기술을 활용한 백신과 치료제 개발 분위기가 조성된 것만으로도 큰 기회가 될 것이다. 실제 치료제가 나오기까지는 많은 비용과 시간을 견뎌야 하겠지만, 그 과정에서 실질적인 겪는 어려움들에 도움을 주고 실제 치료제 개발에 기여를 할 수 있다면 좋겠다."


메트로신문 이세경 기자

기사 원문: https://metroseoul.co.kr/article/20211026500340